안녕하세요, 세라에요.
사람들은 보통 바다를 멀리서 바라보죠. 모래사장을 따라 걷거나, 방파제 위에 서서 파도 부서지는 소리를 듣거나. 그런데 저는 이번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만났어요.
발아래 바다가 펼쳐지는 유리 위의 산책. 부산의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 정말 말 그대로 ‘바다 위를 걸었어요.’
그날, 부산의 하늘은 유난히도 맑았다
부산은 언제 가도 좋은 도시지만, 그날따라 하늘이 놀랍도록 청명했어요. 구름 한 점 없이 시원하게 열린 하늘, 맑은 바닷물에 햇살이 반사되어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투명한 푸른빛이 반짝였어요.
용호동에서 버스를 타고 도착한 해맞이공원, 그곳에서부터 스카이워크까지 이어지는 산책길은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했고, 그 조용함 덕분에 제 마음도 천천히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투명한 유리 위로 첫 발을 내딛다
스카이워크 입구에서는 신발 덧신을 나눠줘요. 유리 바닥 위를 걷기 위한 작은 준비. 조심스레 신발을 덮고, 그 위에 발을 얹는 순간, 다리 아래로 출렁이는 바다가 눈에 들어왔어요.
“아, 나 지금 진짜 바다 위에 있구나.”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는데, 유리창 밑으로 푸른 파도가 부서지고, 멀리 보이는 오륙도와 하얀 포말이 마치 영상처럼 펼쳐졌어요. 무서움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오묘한 기분이 들었고, 그때 들리는 건 오직 바람 소리와 바다의 숨결뿐이었죠.
오륙도 스카이워크의 매력은 ‘길이 짧다’는 것
사실 스카이워크 자체는 길지 않아요. 100m도 채 되지 않는 길이에 길게 감정을 담기 어려울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짧은 순간이 더 깊게 남았어요. 한 발 한 발 디딜수록 제 안에 고여 있던 생각들이 차츰 빠져나가는 느낌.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바다 위에선 사색이 되더라고요.
유리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바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 모든 걸 가만히 받아들이게 되는 그 장소. 스카이워크는 그 짧음 때문에 더 강하게 남아요.
바다가 보여준 진짜 오륙도
스카이워크 끝에 다다르면 멀리 오륙도가 보여요. 사진으로 보면 별 감흥 없을 수도 있는 그 풍경이 이곳에선 다르게 다가와요. 그 이유는, ‘높은 데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같은 높이에서 마주 보는’ 느낌이기 때문이에요.
바다가 손에 닿을 듯 가깝고, 오륙도의 경계선이 또렷하게 느껴지고, 이곳이 왜 ‘오륙도’라는 이름을 가졌는지 그 존재감이 뚜렷하게 다가오죠.
사람보다 바람과 더 가까운 시간
스카이워크 위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유리를 스치는 소리였어요. 그 소리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그래서 더 선명했어요. 머릿속을 복잡하게 채웠던 일들이 그 바람에 밀려 사라지는 느낌.
여행이란 결국, 내 안에서 작은 여백을 다시 채워가는 일이라는 걸 그 바람이 알려주더라고요.
산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 해맞이공원의 선물
스카이워크를 걷고 난 후 바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해맞이공원에는 등대전망대와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요.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면 오륙도와 광안대교 방향의 전경이 펼쳐지고, 사람도 많지 않아 정말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어요.
작은 벤치에 앉아, 바다 너머를 멍하니 바라보는 그 시간. 그건 스카이워크보다도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어요. 마치 혼자만 알고 싶은 장소 같달까요.
찾아가는 길 & Tip
- 위치: 부산 남구 오륙도로 137
- 운영 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 입장료: 무료 (신발덧신 제공)
- 대중교통: 24, 27, 131, 131-1번 버스 → 오륙도 SK뷰 정류장 하차
※ Tip
- 평일 오전 방문 추천 (조용함 100%)
- 겨울엔 방풍 자켓 필수
- 날씨 좋은 날엔 사진 찍기 정말 좋아요!
오륙도 스카이워크 · 부산광역시 남구 오륙도로 137
★★★★☆ · 전망대
www.google.com
마치며 – 내 마음에도 스카이워크 하나쯤
사람들은 바다를 보며 속이 뻥 뚫린다고 해요. 저도 그 말에 공감하지만, 오륙도 스카이워크를 걷고 난 뒤엔 단순한 ‘해소’가 아니라, ‘정화’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어요. 짧지만 깊은 산책, 그 유리 위에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고, 부산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어요.
그날의 햇살, 바람, 파도, 그리고 투명한 바다 위를 걷던 나.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그 풍경은 저에게 긴 여운을 남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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