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세라에요.
여러분, 혹시 라트비아라는 나라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저도 처음엔 낯설었어요. 발트 3국이라는 말은 어딘가 뉴스에서 들어본 것 같지만, 그게 어디에 있는지,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는 솔직히 몰랐거든요.
그러다 어느 날, 유럽의 아르누보 건축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Riga)를 발견했어요. 유럽 최대 규모의 아르누보 거리, 중세 시대의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된 구시가지, 그리고 발트해 특유의 서늘하고 투명한 공기. 그 조합이 어딘가 몽환적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무작정 떠났던 라트비아.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는 분명히 생각했죠. “이 도시, 나만 알고 싶다.”
1. 리가에 처음 도착했을 때 – 차분한 첫인상
비행기는 헬싱키를 경유해 리가 국제공항에 도착했어요.(현재는 대한항공 직항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항은 작지만 깔끔했고, 도심까지는 버스로 30~40분 정도.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생각보다 녹음이 많고, 붉은 벽돌 지붕이 인상적이었어요.
공기가 굉장히 맑았어요. 습하지 않고, 투명한 느낌. 차분하고 조용한 리듬으로 도시가 흘러가는 느낌이랄까요. 북유럽의 감성이 조금 더 동유럽 쪽으로 스며든 그런 분위기였어요.
2. 아르누보 거리 – 예술이 건물로 살아 숨 쉬는 곳
리가에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아르누보 지구(Jugendstil Quarter)였어요. 유럽의 많은 도시에서 아르누보 양식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거리 전체가 아르누보 양식인 곳은 처음이었어요.
건물마다 여신의 얼굴이 벽을 타고 올라오고, 창틀에 꽃이 피고, 조각과 그림이 건축 그 자체로 호흡하는 느낌. 유명한 ‘엘리자베테 거리(Elizabetes iela)’에선 숨을 멈춘 채 걷게 돼요.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아름답다는 말로도 모자라요.
길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건물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다시 한 걸음 옮기고. 이 도시는 그렇게 천천히 보는 도시였어요.
3. 구시가지 올드타운 – 중세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
아르누보 거리에서 도보로 15분, 리가 올드타운(Riga Old Town)에 도착했어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곳은 중세 유럽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의 심장이에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작은 광장, 바닥에 깔린 조약돌. 그리고 거리마다 있는 성당과 고풍스러운 상점들. 저는 그중에서도 ‘고양이의 집(Cat House)’이라는 노란색 지붕 건물이 인상 깊었어요. 지붕 위 고양이 조각이 등을 세우고 상대 건물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이 귀엽고도, 재밌더라고요.
리가 대성당에서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가 울려 퍼졌고, ‘세 형제 건물’ 앞에서는 사람들이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었어요. 이곳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낮추고 걷는 도시였어요. 경건하다기보다는, 모두가 배려하는 그 조용한 분위기. 저와 잘 맞았어요.
4. 리가의 감성 카페 – 따뜻한 라트비아의 맛
걷다 지칠 때쯤, 올드타운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카페 ‘Parunāsim kafe’에 들어갔어요.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지만, 내부는 동화 속처럼 따뜻했어요. 목재 가구, 창가에 놓인 촛불, 라벤더 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어요.
여기서 따뜻한 허니 생강차와, 라트비아식 디저트 ‘Pīrāgi(피라기)’를 먹었어요. 햄과 양파가 들어간 작은 페이스트리였는데, 버터향이 입안 가득 퍼졌고, 짭짤한 속이 몸을 녹여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날 하루의 피로가 정말 사르르 녹아내렸어요.
5. 물가와 여행 팁 – 가성비 좋은 유럽 도시
라트비아는 유로화를 사용하지만, 서유럽보다는 물가가 훨씬 저렴해요. 커피 한 잔이 2~3유로, 괜찮은 카페에서의 점심도 10유로 이내로 해결돼요. 숙소도 깨끗하고 합리적인 가격대가 많고, 도보 중심 여행이라 교통비도 많이 들지 않아요.
무엇보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도 참 좋은 도시예요. 위험하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고, 사람들도 친절하지만 적당히 거리를 지켜줘서 마음이 편했어요.
마치며... 이 도시, 나만 알고 싶어요
리가를 떠나는 날,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며 생각했어요. 이 도시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라고요. 말없이 위로해주고, 조용히 내 옆을 걸어주는 친구 같은 도시.
유럽 여행이 다 거기서 거기 같게 느껴질 때, 흔하지 않은 여정을 원할 때, 저는 리가를 꺼내 보여주고 싶어요.
발트해의 투명한 공기와 아르누보의 섬세한 아름다움, 그리고 중세 골목을 걷는 조용한 발걸음. 라트비아 리가, 여러분도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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